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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fense

미국은 왜 국방 아키텍처를 공개할까?

Open Arsenal과 MOSA, 그리고 K-MOSA의 방향

국방 분야에서 최근 눈여겨볼 만한 변화 중 하나는 미국이 무기체계의 아키텍처와 인터페이스 관련 기술자료를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 공군의 Open Arsenal입니다.

 

 

처음 접하면 자연스럽게 이런 의문이 생깁니다.

"국방과 관련된 기술을 왜 인터넷에 공개하는 것일까?"

 

하지만 Open Arsenal을 자세히 살펴보면 미국이 공개하는 것은 무기체계의 핵심 기밀이나 실제 작전 데이터가 아닙니다.

주로 서로 다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아키텍처, 인터페이스, 데이터 교환 방식, 소프트웨어 구조 등의 공통 기준을 공개합니다.

 

즉, 모든 것을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공개해도 되는 부분과 보호해야 하는 부분을 구조적으로 분리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접근의 중심에 있는 개념이 바로 MOSA(Modular Open Systems Approach)입니다.

MOSA의 핵심은 '공개'가 아니라 '분리'

MOSA를 쉽게 이해하려면 스마트폰을 생각하면 됩니다.

스마트폰에는 운영체제가 있고, 그 위에서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이 실행됩니다.

새로운 앱이 출시되더라도 스마트폰 내부의 모든 구조를 다시 설계할 필요는 없습니다. 정해진 운영체제와 API, 인터페이스 규칙을 따르면 기존 시스템에서 새로운 기능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기체계도 이러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폐쇄형 무기체계에서는 하나의 업체가 플랫폼, 임무 컴퓨터, 센서, 소프트웨어 등을 서로 밀접하게 연결해 개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새로운 레이더나 AI 소프트웨어를 적용하려고 해도 기존 시스템 전체에 대한 영향 분석과 통합시험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반면 MOSA는 무기체계를 기능별 모듈로 나누고, 모듈 사이의 인터페이스를 표준화하는 것을 중요하게 봅니다.

예를 들어 하나의 무기체계를 다음과 같이 생각할 수 있습니다.

 

플랫폼

비행기, 차량, 함정, 무인기 등 물리적인 운용 플랫폼입니다.

 

임무 컴퓨터

센서와 무장, 통신 및 임무 소프트웨어를 연결하는 핵심 컴퓨팅 영역입니다.

 

센서 및 전자전 장비

레이더, EO/IR, 전자전 장비 등 각종 센서와 임무 장비입니다.

 

AI·자율화 소프트웨어

탐지, 식별, 상황판단, 경로계획, 자율임무 수행 등을 담당하는 소프트웨어입니다.

이러한 구성요소 사이의 인터페이스를 표준화하면 특정 장비를 교체하거나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추가하는 작업이 훨씬 쉬워질 수 있습니다.

 

결국 MOSA가 추구하는 것은

"전체 무기체계를 다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부분만 교체하고 업그레이드하는 구조"

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미국 Open Arsenal이 보여주는 변화

미국이 이러한 개방형 아키텍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대표적인 이유는 기술 발전 속도의 차이입니다.

AI와 소프트웨어 기술은 몇 개월 또는 몇 년 단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반면 전투기, 헬기, 함정, 장갑차와 같은 무기체계 플랫폼은 수십 년 동안 운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오늘 개발한 플랫폼을 20~30년 동안 사용해야 하는데, 그 안에 AI와 컴퓨팅 기술은 몇 차례 세대교체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플랫폼 자체를 계속 새로 만드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미국이 MOSA와 Open Architecture를 강조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입니다.

플랫폼은 장기간 운용하면서 필요한 임무 시스템과 소프트웨어는 빠르게 교체한다.

이것이 개방형 아키텍처가 지향하는 중요한 방향입니다.

AMS GRA와 A-GRA가 중요한 이유

이러한 미국의 변화에서 최근 주목할 만한 부분이 AMS GRA(Agile Mission Suite Government Reference Architecture)와

A-GRA(Autonomy Government Reference Architecture)입니다.

 

AMS GRA는 임무 시스템을 보다 모듈화하고 개방적인 구조로 개발하기 위한 정부 참조 아키텍처입니다.

 

A-GRA는 자율화 기능과 관련된 소프트웨어 및 시스템을 특정 플랫폼에 지나치게 종속시키지 않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을 보여줍니다.

 

쉽게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비행기를 바꾸지 않고도 AI를 바꿀 수 있도록 하자."

 

또한

"AI를 개발한 업체가 달라져도 정해진 인터페이스를 통해 기존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

라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가 정착되면 새로운 AI 기술이 등장했을 때 기존 무기체계 전체를 다시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소프트웨어 또는 모듈을 교체하는 방식으로 성능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무기체계의 획득과 업그레이드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는 접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Vendor Lock-in을 줄이는 것도 중요한 목적

MOSA의 또 다른 중요한 의미는 특정 업체에 대한 종속성을 줄이는 것입니다.

 

기존 폐쇄형 시스템에서는 특정 업체가 플랫폼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인터페이스까지 모두 관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때 기존 업체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반면 개방형 아키텍처에서는 정부가 공통적인 아키텍처와 인터페이스를 정의하고 여러 업체가 그 규격에 맞는 제품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사는 레이더를 개발하고

B사는 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C사는 전자전 시스템을 개발하고

D사는 임무 컴퓨터를 개발할 수 있습니다.

 

각각의 제품이 정해진 인터페이스와 데이터 규격을 준수한다면 서로 다른 업체의 기술을 하나의 무기체계 안에서 통합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정부 입장에서는 특정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기술을 가진 기업의 참여 기회를 확대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K-MOSA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미국의 이러한 변화는 한국 방산업계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한국이 미국의 MOSA를 그대로 복사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한국과 미국은 방산산업 구조와 획득제도, 무기체계 개발환경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국내 무기체계 역시 점점 더 AI, 무인체계, 유무인복합체계, 자율화,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모듈화·개방화·표준화라는 MOSA의 기본 방향은 한국에서도 중요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방위사업청이 최근 AI·유무인체계 등 첨단전력 확보와 함께 신속·개방형 획득제도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입니다.

 

이러한 정책 방향과 개방형 아키텍처가 결합한다면 향후 국내 무기체계 개발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K-MOSA가 가져올 수 있는 장점

K-MOSA가 제대로 정착된다면 가장 먼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기술 교체와 성능개량의 신속성입니다.

 

기존에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전체 시스템을 다시 검토해야 했다면, 모듈화된 구조에서는 필요한 부분만 교체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개발 기간과 통합 비용의 절감 가능성입니다.

공통 인터페이스와 표준이 정립되면 매번 새로운 시스템을 처음부터 통합하는 작업을 줄일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중소·벤처기업의 방산시장 진입 기회 확대입니다.

전체 무기체계를 개발하지 않더라도 AI, 센서, 전자전, 소프트웨어 등 특정 분야의 기술력을 가진 기업이 하나의 모듈 공급자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네 번째는 수출 및 상호운용성 강화입니다.

국내 무기체계가 개방형 구조를 갖추게 되면 해외 고객이 요구하는 다양한 센서와 무장, 통신체계 등을 통합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워질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 및 동맹국과의 연합작전과 상호운용성 측면에서도 개방형 인터페이스는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K-MOSA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개방형 아키텍처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먼저 초기 표준화 비용이 발생합니다.

공통 인터페이스를 정의하고 실제 장비에 적용한 뒤 시험평가까지 수행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합니다.

또한 여러 업체가 하나의 체계에 참여하게 되면 통합 책임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플랫폼 업체의 책임인지, 임무 컴퓨터 업체의 책임인지, 소프트웨어 업체의 책임인지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합니다.

성능 최적화와 개방성 사이의 균형도 중요합니다.

 

모든 부분을 범용 인터페이스로 연결하면 특정 목적에 최적화된 폐쇄형 시스템보다 성능이나 효율성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무조건 개방하는 것이 아니라 개방해야 하는 영역과 독립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영역을 구분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문제가 사이버보안입니다.

인터페이스가 많아지고 외부 소프트웨어가 쉽게 연결될수록 새로운 공격 경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K-MOSA에서는 개방성과 보안을 처음부터 함께 설계하는 Security by Design 접근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기존 방산업체와의 이해관계 조정도 필요합니다.

개방형 아키텍처가 확대되면 기존의 독점적인 기술과 사업구조에 변화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방산기업의 경쟁 기준도 달라질 수 있다

K-MOSA가 본격적으로 확대된다면 국내 방산기업의 경쟁력 기준도 변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우리 장비의 성능이 얼마나 뛰어난가?"

가 중요한 질문이었다면 앞으로는

"우리 장비가 개방형 아키텍처에서 얼마나 쉽게 연결되고 교체될 수 있는가?"

도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국내 방산기업은 하드웨어 성능뿐만 아니라 다음과 같은 기술역량을 함께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Open Architecture, API, Data Model, Middleware, DDS, UCI, OMS, ARINC, Ethernet,TSN

이러한 기술들은 서로 다른 시스템을 연결하고 데이터를 교환하기 위한 기반 기술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특히 항공·무인·유무인복합체계에서는 임무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을 분리하고 새로운 기능을 빠르게 추가할 수 있는 구조가 중요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K-MOSA의 핵심은 미국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K-MOSA의 목표가 미국의 MOSA 규격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한국에는 한국만의 방산 생태계와 산업구조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한국은 다음 요소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 개방형 아키텍처 표준

미국 및 동맹국과의 상호운용성

국산 핵심기술 보호

사이버보안

중소·벤처기업 참여

무기체계의 장기적인 성능개량

 

결국 필요한 것은 미국의 MOSA를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산업환경에 맞는 K-MOSA 생태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완제품에서 '업그레이드 가능한 플랫폼'으로

미국 Open Arsenal과 MOSA가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변화는 단순히 국방기술을 공개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더 중요한 것은 무기체계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무기체계를 하나의 완성된 제품으로 생각했다면 앞으로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추가하고 교체할 수 있는 업그레이드 가능한 플랫폼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투기와 함정, 차량과 무인체계의 플랫폼은 장기간 운용하면서

AI는 최신 기술로 교체하고

센서는 새로운 장비로 업그레이드하고

전자전 기능은 새로운 소프트웨어로 개선하고

통신체계는 새로운 네트워크 기술로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이러한 구조가 가능해지면 무기체계의 수명주기 전체에서 기술 발전 속도를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

결국 미국 Open Arsenal과 MOSA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핵심 메시지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공개하는 국방이 아니라, 연결할 것은 표준화하고 보호해야 할 것은 철저하게 보호하는 국방"

그리고 그 중심에는 개방형 아키텍처와 모듈화가 있습니다.

 

한국 역시 AI와 유무인체계, 자율화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이러한 방향과 점점 가까워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으로 K-MOSA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새로운 표준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정부가 개방형 아키텍처를 만들고

체계기업이 이를 적용하고

중소·벤처기업이 모듈과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시험평가 기관이 이를 검증하며

군이 실제 체계에서 운용하는

하나의 국방 기술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결국 MOSA의 궁극적인 목표는

"한 번 만들어 끝나는 무기체계"에서 "새로운 기술을 계속 받아들이며 진화하는 무기체계"로의 전환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본격화된다면 앞으로 국내 방산기업의 경쟁력 역시 무기체계 자체의 성능뿐만 아니라 개방형 아키텍처, 소프트웨어, 데이터, 인터페이스, AI를 얼마나 잘 연결하고 활용할 수 있는가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